3/04/13

공존

"둘 다 추수 때까지 함께 자라게 두라"(마13:30)

이 땅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하나님의 나라는 곡식과 가라지가 섞여있는 나라다. 이상하게도 주인은 가라지를 당장 뽑아내지 않으신다. 추수 때까지 곡식과 가라지가 공존하게 하신다.

우리는 이상적인 교회를 꿈꾸고 순도 100%의 복음주의를 소망하지만 이 땅에서 우리는 가라지를 피해가지 못한다. 늘 교회의 순수성을 해치는 사람들과 경향들이 있어왔고, 우리의 복음에는 인본주의적 색깔들이 덧입혀지기 십상이다.

이 땅에서의 하나님의 나라는 공존의 나라다. 곡식과 가라지를 함께 경험하는 나라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영적 분별력이 늘 요구된다. 어느새 우리의 의식 속에도 가라지가 끼어들오고, 우리의 가르침 속에도 복음과 상관없는 가르침들이 끼어들어 온다. 이땅에서의 가라지를 온전히 제할 수 없다면 적어도 가라지를 가라지로 볼 수 있는 눈은 필요하다.

이 땅에서의 하나님의 나라는 공존의 나라다. 그러므로 우리들에게 인내가 필요하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이 땅에서 교회의 왜곡을 피할 수 없고 복음의 일탈을 피해갈 수 없다. 계속 가라지를 탓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한국 교회는..." 운운하면서 교회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 그 자체로는 아무런 생산성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이 땅에서는 가라지들을 경험할 수 밖에 없다.  추수 때까지는 공존해야 하기에 이상황들을 인내하며 맡겨진 소임을 다해야 한다. 추수 때에 하나님의 곡식과 가라지를 구분할 날을 기대하며, 우리들의 곡식을 지켜야 하고, 뿌려야할 씨앗들을 뿌려야 한다.

이 땅에서의 하나님의 나라는 공존의 나라다. 그러므로 우리들에게는 겸손이 필요하다. 자신의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 그 공동체가 순도 100%의 곡식으로만 채워져 있는 듯이 생각할 수 있다. 어떤 공동체도 가라지는 섞여있게 되고, 그 가라지가 그 곡식밭을 일순간에 망쳐버릴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땅에서 우리는 자랑할 수가 없다. 겸손하게 곡식고 가라지의 공존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기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