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7/13

안식일에 부르는 노래

"그는 늙어도 여전히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니"(시92:14)

시편 92편의 표제는 안식일에 부르는 노래다. 그런데 이 시를 읽어보면 안식일에 관한 내용은 없다. 유대인들의 전승은 성전예배시에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왜 안식일 예배에 이 시를 골랐을까?

이 시를 읽어보면 뚜렷하게 악인과 의인을 구분한다. 악인을 풀로, 의인을 종려나무와 백향목으로 비유한다. 풀은 갑자기 온 사방에 퍼지는 것 처럼 보이나 중동의 태양아래 쉽게 말라버린다. 그래서 성경에서 풀은 종종 인생의 무상함이나, 악인의 결말을 이야기할 때 "풀과 같다"는 표현을 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풀처럼 번성하는 악인들을 자주본다. 시편 37편에서도 이것이 시편기자의 고민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들을 보노라면 하나님을 신실하게 믿고 신앙의 양심을 지켜가는 것이 무의미하게 보인다.

그러나 예배의 자리에 와서 시인은 이들의 번성함이 풀과 같은 것임을 깨닫고 노래한다. 그들이 세상을 주도해가는 것 처럼 보이지만 정오의 태양이 비치면 이 풀들은 스러지고 말라져 버린다.

반면 의인들은 여호의 뜰에 심기운 종려나무, 백향목 같은 나무라 한다. 이들은 늙어도 결실을 맺고, 그 잎사귀의 청청함과 푸르름이 계속될 것이라 한다.

이들이 이렇게 결실을 맺으며 청청하게 살아갈 수 있는 비밀은 여호의 뜰에 심겨졌기 때문이다. "이는 여호와의 집에 심겼음이여 우리 하나님의 뜰 안에서 번성하리로다"(13절).

시편 1편의 계절마다 열매를 맺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요15장의 포도나무에 붙어있는 가지처럼, 하나님을 근원으로 삼는 인생은 푸르르다. 하나님의 뜰 안에서 높이 성장하여 담장 바깥의 말라져가는 풀들을 바라보게 되듯 하나님을 믿고 신뢰하고 나가는 인생의 궁극적 승리가 있다.

구약의 성도들은 안식일에 이 노래를 부르며 이것을 기억하지 않았을까? 예배의 자리는 하나님만이 영원한 진실이요 승리가 될 것임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세상에서 비진리가 득세하고 악인이 번성해도 결국 하나님의 나라가 승리할 것이고, 그 나라가 영원히 설 것임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간이다. 그리고 의인들의 궁극적 승리를 믿으며 다시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