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5/14

깊이와 사소함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고전13:1)

어느 책의 제목처럼, 영성에도 색깔이 있다. 고린도전서 13장을 보면 사람들이 추구하는 영적 추구들을 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성령의 놀라운 은사들을, 어떤 이는 깊은 말씀과 지식을, 어떤 이들은 기적을 일으키는 믿음을, 어떤 이들은 희생적인 섬김을, 어떤 이들은 순교적 신앙을 추구한다. 

사람들의 영적 추구는 늘 끝점으로 향한다. 성령의 신비와 은사를 추구하는 이들은 더 깊은 세계를 갈망한다. 말씀을 사모하는 이들은 더 깊이 있는 말씀과 지식을 사모한다. 이런 지향점은 옳고 바람직하다.

한가지, 영적 추구는 쉽게 영적 교만으로 통한다. 남들이 가보지 못한 영적 세계에 이르렀다는 뿌듯함이 이내 자랑으로 변하고 결국 거기에 이르지 못한 이들에 대한 정죄로 끝나는 경우들이 많다. 

바울은 그런  "깊은 경지"의 영적 추구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바울이 말한 사랑은 깊은 세계라기 보다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으로 느껴진다. 

무례하지 않기, 짜증나는 사람을 오래 참아주기, 나는 갖지 못했지만 남들이 가진 것들을 진심으로 축복해주기, 사람들이 준 상처를 기억하지 않기, 자기만 먼저 챙기지 않기, 실망을 안기는 사람들을 끝까지 믿어주기 등등 우리가 놓치기 쉬운 "사소함"을 챙기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깊은 영성을 내세우면서도 사소한 영역에서는 전혀 그리스도인답지 않은 모습의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선교지에서의 희생적 섬김을 하면서도 선교지의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는 선교사를 보고 아연질색한 적도 있다. "깊이"는 "사소함"과 균형이 있어야 한다. 그 사소함의 사랑을 잃어버리면 우리가 자랑하고 싶은 "깊이"는 그저 색바랜 영성이 될 뿐이다.